2022. 9. 5. 23:08ㆍ일기,잡담
2005년~2006년초 한미 FTA를 협정하는 과정에서 스크린쿼터를 폐지, 축소하라는 압력이 들어왔었다. 당시 노무현대통령은 영화를 양보하고 다른 쪽에서 이득을 취하려 했는지, 스크린쿼터에 대해 영화계에서 양보하라는 입장이었고, 당시 여론은 찬반으로 나뉘어 들끓었었다.
그 당시에 영화인들이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시작했는데, 우연찮게 이 앞을 지나던 나는 전도연씨를 보게 된다.
기자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누군가가 피켓을 세워놓는다. 1인 시위였는데 두명이 선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기자들.
전도연이 등장하자 뒤에서 "늙었어 늙었어ㅋㅋ" 라며 조롱하던 직장여성이 있었다. 혐오스러웠다.
내 생각은 이랬다. 영화관은 정말로 제한된 편수밖에 상영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스크린쿼터가 풀리면 한국영화들이 설 곳을 잃고, 영화산업이 쇠퇴할 지도 모른다고. 그럼 그땐, 할리우드의 정서로 그려진 영화를 보며 살게 되지 않겠냐고.
영국의 로빈후드, 일본의 사무라이와 게이샤, 중국의 마지막 황제 등이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되어 전세계에서 상영되었는데,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영화가 주연을 장쯔이로 하여 일본에서 개봉되었을 때 일본인들은 꽤나 불쾌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한때 전체 상영일수의 절반까지 강제했던 스크린쿼터는 73일로 축소되는데, 이후에 CGV나 롯데시네마등 거대자본들이 영화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가 무색하게 천만관객등을 연달아 달성하게 된다. 마블 시리즈같은 대작들이 등장할땐 어쩔 수 없지만, 한국영화수준에 대한 논란을 떠나서 흥행만 놓고 보자면 헐리우드에 잠식되었다고는 보기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이때 한국 영화계에선 한국영화를 지키자는 것보단 소자본 인디영화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게 과제로 떠올랐다. CGV,롯데시네마 등은 극장체인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들이 제작한 영화만 주로 상영을 하니 다른 영화들이 상영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진짜 영화를 좀 골라보려면 충무로 대한극장에나 가야 선택지가 다양해서 그중에 하나를 골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한 10년쯤 지나면서 영화상영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하는데, OTT플랫폼이 대중화되면서 영화제작사들이 더이상 극장에 매달리지 않게 된 것이다. 전세계를 상대로 시간제약, 장소제약 없이 스트리밍을 하니 넷플릭스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극장에 못 걸면 돈을 한푼도 못받던 시대는 끝이났다. 그리고 진짜 매니악한 인디제작자들은 아예 유튜브로 빠져서라도 자기네들 영상을 올릴 수가 있고, 광고수입이라도 노려볼 수가 있게 됐다.
15년 남짓한 시간동안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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